이전 글: 만 2년차 데이터 엔지니어의 첫회사, 첫퇴직 그리고 첫이직 (1) - 퇴직 회고
들어가며
저번 시간 퇴직 회고에 이어서 이번 포스팅에서는 이직기를 풀어보려고 한다. 요즘에 채용시장, 그 중에서 개발자 채용시장이 얼음장처럼 차갑다보니 나 또한 이직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보니 글 제목은 나의 해방일지를 본따 나의 이직일지라고 지어보았다. 이 글에서는 그 과정에서 겪은 일들과 느낀 점들을 솔직담백하게 작성하려 한다.
이직을 결정한 이유
먼저 내가 왜 이직을 결정하게 되었는지부터 설명해야겠다. 이전 포스팅에서도 간단하게 언급하긴 했지만 한 마디로 요약하면 더 큰 문제를 풀어내기 위한 새로운 환경을 찾기 위해서 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전 직장에서 나는 엄청나게 깊지는 않지만 다양한 스펙트럼의 문제를 정의하고 풀어나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사회 초년생으로서 이런 기회를 갖게 된 것은 긴 커리어로 봤을 때 너무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경험들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조금 더 큰 문제를 깊게 파보고 싶다는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다. 밑에서 언급하겠지만 이는 이직을 결정하게 된 계기이면서 다음 회사를 선택하는데도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어찌됐든 꽤나 예전부터였고 이런 생각을 했었고, 조금씩 이직 준비를 하면서 이따금 면접도 보았었다.
이직 준비 초기에는 이직이 처음이기도 하고 처음에는 이 정도면 괜찮겠지라는 막연한 낙관 마인드로 이직 시장을 쉽게 봤는데 역시나 차가운 시장은 나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수 많은 좌절과 시행착오를 겪다보니 무엇이 잘못됐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어느정도는 감을 잡아갔던 것 같다.
나의 이직일지
회사 기준
먼저 나는 아무 생각없이 이직을 준비하고 싶지는 않았다. 많이들 첫회사가 중요하다고 말하고 나 또한 그 의견에 일정 부분 동의하는데, 얼마 전 우연히 두번째 직장이 더 중요하다는 글을 보았다. 글의 요지는 이직이 당연해지고 중고신입이 만연해진 요즘 처음부터 좋은 직장에 가기 위해 의미없는 공백기를 만드는 것보다 하루빨리 의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낫다는 글이었다.
그리고 여기서 두번째 직장이 더 중요하다고 한 이유는 중고 신입 포지션으로 가더라도 너무 단기간 여러 회사를 거친 사람보다는 첫직장을 디딤돌로 삼을 교두보로 삼되, 두번째 회사부터는 굵직한 경험을 하면서 성장을 할 생각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해진 시점이 아닌가라는 의견이었다. 직장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요즘 굉장히 와닿는 글이었고, 정확히 내가 처한 상황이었기에 더더욱 다음회사를 신중하게 정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이를 최대한 지키고자 노력하였다. 그리고 내가 세운 기준은 다음과 같다.
- 사업 방향성이 정립되어 있는 회사일 것
- 큰 문제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일 것 (트래픽, MAU)
- 기술 블로그를 운영할 것
첫번째는 어느정도의 사업 방향이 일관성 있게 갖추어진 회사여야 했다. 개발자이긴 하지만 어찌됐든 스타트업의 일원으로서 나 또한 PMF를 탐색해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회사의 사업 방향을 신경쓰지 않을 수는 없다. 하지만 앞선 퇴사 회고에서 밝혔듯이 아직까지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에 바닥부터 회사의 방향성에 기여하는 사람이 아니라, 어느정도는 PMF가 설정되어 있고 그 속에서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위 기준의 연장선 상에 있는 말이긴 하지만 그러한 방향성 내에서 이미 일정 부분 PMF를 찾아 나에게 큰 문제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져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큰 문제라는 것은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겠지만 일단 개발자이기 때문에 트래픽, MAU 측면에서 좋은 성장을 보이고 있고, 특히나 데이터 엔지니어로서 데이터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했다. 개발자라면 당연히 규모있는 트래픽을 다뤄보고 싶고, 데이터 엔지니어로서는 의미있을만한 데이터 크기를 다뤄보고 싶은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업, 규모적인 측면 외에 문화적인 면도 중요했다. 사실 회사의 문화라는 것은 내가 직접 다녀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다. 회사 블로그나 블라인드나 잡플래닛을 통해 일정 수준까지는 알 수 있겠지만 직접 그 문화를 경험해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럼에도 내가 생각했을 때 회사의 문화를 알 수 있는 방법은 블로그와 면접이라고 생각한다. 그 중 면접은 일단 붙어야 보는 것이기도 하고 아래에서 다룰 내용이기 때문에 패스하면 남는 것은 기술 블로그이다.
사실 기술 블로그로도 회사의 문화를 완벽하게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글을 보면 어느정도 회사의 분위기와 개발 문화를 알 수 있고, 경험 상 좋은 퀄리티의 글을 일정한 주기로 올리는 기업들은 대부분 좋은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하여튼 나는 본격적으로 회사에 지원하기 전 위와 같은 기준을 세웠고 최대한 기준에 맞추어서 지원하려고 노력했다. 물론 내가 세운 기준을 모두 만족하지 못한다고 해서 절대 지원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알다시피 시장이 많이 차가웠기 때문에😂 일정 부분은 타협을 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기준에 너무 못 미치는 곳은 거르거나 인지를 한 상태로 지원을 하였다.
이력서와 포트폴리오
기준을 정하고 나서 한 작업은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이었다. 뒤에서 이야기 하겠지만 서류는 정말 수 많은 수정이 이루어졌다.
위의 그림은 노션이긴 하지만 최종적으로 이력서는 워드, 포트폴리오는 노션+웹사이트를 이용했다. 이력서를 워드로 작성한 이유는 노션보다 훨씬 자유도를 갖고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이력서를 구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훨씬 전문적인 느낌도 풍겨 현재는 가장 애용하는 양식이 되었다.
포트폴리오는 노션으로 작성한 다음 이를 웹사이트로 만들어서 사용했다. 프로젝트를 자세하게 설명해야 했기 때문에 가독성이 중요했는데 노션만한 깔끔함을 갖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노션으로 작성하였다. 그리고 나는 이를 웹사이트로 만들었는데 이 또한 가장 큰 이유는 가독성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양식을 PDF로 요구하기 때문에 결국 노션으로 작성하면 한 페이지에 모든 내용이 들어가야 했는데, 나는 이것이 너무 지저분해보여 PDF로 제출은 하되 가장 위에 링크를 넣어 최대한 웹사이트에서 볼 수 있도록 유도했다. 웹사이트에서는 나의 프로젝트를 링크 형태로 만들어 훨씬 깔끔하게 보이도록 구성했다.
자기검열은 적당히
사실 나는 서류를 작성하는데 시간이 굉장히 많이 들었다. 시간이 많이 들었던 이유는 수 없는 지원과 탈락을 거듭하면서 계속해서 이력서를 개선해나갔기 때문이다. 많은 유명 작가들도 자신의 초고를 보면 부끄러움이 몰려온다고 한다. 그만큼 글은 수정작업을 거치면서 비로소 완성으로 나아가는 것인데, 이력서, 포트폴리오도 동일하다.
아직도 내가 가장 처음에 냈던 이력서를 보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낸거지?' 싶다. 그만큼 초안은 정말 쓰레기였다. 이 과정에서 여러 사람들에게 조언을 얻고 첨삭을 받으면서 좋은 이력서로 조금씩 바뀌긴 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너무 많은 자기 검열은 좋지 않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내가 가고 싶은 기업에 공고가 올라왔는데 계속해서 이력서를 수정한다고 시간을 끌다가 공고가 내려가버린 경험이 있다. 결국 실제로 지원해보지 않으면 그 이력서는 아무런 가치를 가지지 못한다. 그리고 타인의 조언과 첨삭도 많은 도움이 되었지만 제일 도움이 됐던 것은 서류 탈락이었다. 물론 서탈로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하는지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실패를 통해 오히려 동기부여가 되면서 더 좋은 이력서를 만들어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
면접 준비
서류를 모두 작성하고 난사(?)한 후에는 본격적으로 면접 준비를 했다. 사실 초반에는 면접 준비를 아예 하지 않았었다. 그때는 기술 면접은 지금 준비한다고 크게 달라질 것도 없고, 컬처핏은 그냥 내 생각을 이야기 하면 되는 거니까 그냥 내가 만든 이력서랑 포폴만 열심히 읽고 가자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무조건 면접은 느리지만 꾸준히 준비해야 한다. 실제로 면접을 보니 약간이라도 준비를 한 것과 아예 안한것은 엄청나게 큰 차이가 있었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조금씩 면접을 준비했다.
면접은 크게 2가지 사이클로 준비했다. 가장 먼저 면접 질문 리스트를 구성하여 예상 답변을 열심히 작성했다. 크게 기술 질문과 행동 양식 질문 두 가지로 구성하여 연습을 했다. 기술 질문은 말 그대로 CS, 프로젝트 관련 질문들을 예상하고 이에 대한 답변을 준비하는 식이었다. 행동양식 질문은 조금 더 컬처핏과 인성 위주의 질문이었는데 이 또한 여러 자료를 찾아가며 질문 리스트를 만들고 답변을 작성하고 달달 외웠다.
질문에 대해 어떻게 답변해야 할 지 모르겠다면 STAR 프레임워크를 참고하는 것은 강력 추천한다. 이에 대해 자세히 풀어쓰지는 않겠지만 논리적인 답변을 구성하기에 굉장히 좋은 기술이다.
그리고 준비한 답변을 바탕으로 실제 면접을 보러 다니면서 이른바 면접 연습을 하였다. 면접 연습은 내가 위에서 세운 기준에 못 미치면서 우선순위가 낮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면접을 보면서 예열을 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준비한 답변을 토대로 면접을 연습하면서 실제 받았던 질문을 다시 질문 리스트에 반영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예상 질문 리스트를 늘려가면서 사이클을 돌며 점차 좋은 퀄리티의 예상 답변지로 만들어나갔다.
그리고 면접을 준비하면서 얻은 또 하나의 팁은 모든 답변을 외우려고 하지 말라는 것이다. 경험해보니 정말 철저하게 외운 것이 아니라면 어차피 면접장에 가면 잘 생각나지 않을 뿐더러 비슷하지만 다른 질문이 나와버리면 오히려 당황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나는 각 질문별로 키워드만 외워갔다. 예를 들면 '가장 임팩트가 컸던 프로젝트를 설명해달라'는 질문이라면 이벤트 파이프라인, PA툴 도입 이런식으로 중요 키워드만 외우고 나머지는 면접장에 가서 즉흥적으로 살을 채우는 식이었다. 어차피 수 많은 질문에 대한 답변을 모두 외울 수도 없고 외워도 약간만 다른 질문이 나오면 당황하기 부지기수이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키워드로 준비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었다.
이직을 준비하며 느낀 점
이직 과정에 대해서 나름 자세하게 풀어보았다. 굉장히 긴 기간동안 이직을 준비하면서 이직 시장 전반적으로, 나 스스로에게도 느낀 점이 굉장히 많았던 것 같다. 먼저 다양한 기업에 지원하고 면접까지 봐오면서 확실히 모든 기업들이 인원을 선발하는데 있어 훨씬 신중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개발자 열풍이 불고 기업들의 개발자 수요가 폭발하던 시절을 지나 이러한 거품이 모두 꺼지고 개발 과정에도 AI가 관여하면서 여러 명의 개발자보다는 한 명의 인재가 더 좋은 효율을 낸다는 것을 기업들도 알게 되었다. 이번 채용과정에서도 애매한 3명보다는 우리에게 맞는 1명을 신중하게 채용하겠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물론 당연히 예전에도 신중하게 인재를 선발하겠지만 지금은 그러한 풍조가 더욱 가시적으로 보이는 것 같다.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나 스스로도 정말 부족하구나 라는 반성을 많이 하게되었다. 이직을 결심한 초반까지만 해도 나름 시장에서 괜찮은 인재 아닌가 하는 거만한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많은 서탈과 면접을 통해 내가 정말 부족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 이를 통해 앞으로는 3가지 점을 지속적으로 신경쓰고 발전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 이력서, 포트폴리오는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자
- CS 공부는 꾸준히 하자
- 지식 공유 활동은 초심을 잃지 말자
그래서 나의 다음 회사는?
그래서 최종적으로 내가 가기로 한 회사는 라이너이다! 라이너는 하이라이트를 기반으로 한 정보 큐레이션 서비스로 시작하여 현재는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한 검색까지 서비스 저변을 넓히고 있다.
당연히 내가 세운 회사 기준에도 부합하였고, 그 외에 2가지 부분에서 흥미가 갔다. 먼저 라이너는 정보탐색 영역에서 사람들이 더 빠르게 똑똑해지도록 돕는다는 미션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사명 아래에서 현재 ChatGPT와 같은 생성형 AI로서 프로덕트를 발전시키고 있다. 업계에서 가장 핫한 주제를 가장 앞선에서 다루고 있는 기업이고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생각하여 결정에 큰 영향을 주었다.
또한 라이너가 가지고 있는 문화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단순히 회사를 업무를 하는 곳이 아닌 구성원들간에 의미있는 관계를 지향한다는 점이 나의 성향과 일치한다고 생각했다. 면접에서도 면접관 분들의 이러한 생각들이 엿보였고 재밌게 일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무리
이렇게 2편에 걸쳐 퇴사와 이직에 대한 회고를 해보았다. 사실 이직을 준비하면서 정말 자존감도 많이 떨어지고 힘든 나날을 보냈었다. 그러다보니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고 의미없는 자책만 했었던 것 같다.
슈카님의 영상을 자주 보는데 최근 제태크에서 시간의 힘에 대해 말씀하시는 것을 보았다. 그 어떤 변수도 우리가 바꿀 수 없지만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유일한 변수가 시간이라는 영상이었다. 이것이 마냥 제테크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자기계발에 있어서는 시간 외에 노력이나 열정 같은 다양한 변수를 컨트롤 할 수 있지만 결국 꾸준함이 가장 중요하고 이 꾸준함에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결과적으로 이직에 성공하긴 했지만 절대 이것이 마지막 이직이 아닐 것이다. 시간으로 본다면 앞으로 30, 40년이라는 긴 시간이 남았는데 그렇다면 더더욱 시간이라는 요소가 나의 커리어에 있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고 최대한 빨리 그리고 꾸준히 나의 커리어에 투자하는 습관을 들여야 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끝으로 많이 부족하지만 취업과 이직을 준비하는 많은 분들에게 이 글이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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